이번 제주 여행은 일정을 하나도 미리 계획한건 없었다. 

관광지 보다는 자연을 좋아하는 나는 점심을 먹고 어디 오름을 한군데 정도 더 가보고 싶었지만 엄마가 아무래도 나이가 있어 무리가 되는것 같아서 가까운 유민미술관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유민미술관은 알쓸신잡에 소개되면서 사람들에서 더 알려진 곳인데 나도 미국에서 꼬박 챙겨봤던 방송이라 궁굼하기도 했다.




섭지코지로 들어와서 휘닉스콘도 주차장에 차를 대고 셔틀을 타고 올라왔다.




입구에 있는 담장도 예술작품. 그 뒤로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저 뒤로 성산일출봉이 없었음 아무것도 아닐 담장일 것이다. 

성산일출봉은 올라가 봐도 멋있지만 멀리서 봐도 참 멋지다. 인간이 아무리 예술작품이라고 뭔가를 창조해도 자연을 이기는건 없는것 같다.



여긴 당연히 입장료가 있다. 울 엄니 입장료 비싸서 안들어 가신다는걸 그냥 가자고해서 겨우 들어왔다. ㅜㅜ








안도 타다오가 제주도를 형상화해서 만들었다는 정원.

내가 좋아하는 '심플' 과 '미니멀' 의 조화이다. 뭐 내가 만수르처럼 돈이 많다면 정원 한켠은 이렇게 해도 좋겠다.



조금 걷다보니 물의방(?) 이 나온다. 




이건 하늘을 표현한 곳. 어둡고 좁은 벽면이 뻥뚫리고 환한 하늘을 더 극대화 하는것 같다.



그리고 계속 통로를 통해 걸어가면 지하에 위치한 전시관으로 연결된다.







지하 미술관에는 아르누보 유리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예술작품엔 좀 무지해서 슬슬 재미가 없어 지기도 하고

안그래도 눈이 안좋아 잘 안보이는 엄마는 어두운 곳이 싫다고 하셔서 대충보고 나왔다.




유민 미술관을 나오면 글라스하우스가 바로 보인다. 

그나마 자연경관을 덜 해치는 수준에서 나름 조화를 이룰수 있게 만든 건축물 같다.



글라스하우스 뒷쪽에는 산책로가 잘 되어 있는데 왼쪽으로는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성산일출봉은 정말 혼자 열일, 백일 하는 우리들의 완소 자연문화유산이다. 

거기 그렇게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이 절로.....




오른쪽으로는 선녀바위가 보인다. 

옛날에 선녀가 내려왔다 용왕의 아들과 썸을 탔는데 용왕님이 분노해서 그 아들이 저 바위가 되었다나 어쨌다나....ㅋㅋㅋ




글라스하우스 1층에는 지포라이터 박물관이 있다. 그 안에 커피샵이 있어서 우리는 따뜻한 커피한잔 마시러 잠깐 들렀다.







90년대 초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했었던 나는 이 지포라이터가 얼마나 남자들의 수컷부심을 일으키는 물건인지 잘 안다.ㅎㅎ

그러나 담배는 백해무익....흡연인구는 더더 줄어야 하고 이제 이런걸로 후카시(?) 잡는 분위기 여서도 안된다..



이렇게 오후를 보내다 보니 어느덧 4시가 넘었고 슬슬 해가 질려고 준비중인 것 같았다.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셔틀을 기다리는데 버스 한대가 그냥 휙 지나치고 가서 멀지않는 곳이라 걸어 내려가기로 했다.



주차장으로 걷기로 하길 잘했다. 아스팔트길 말고 이렇게 산책로가 있어서 그리로 빠졌다.






산책길의 갈대인지 억새풀인지 하는풀들....  

별것 아닌 이 풀들이 마음 깊은곳의 감수성까지 끌어올릴듯이 살랑댄다. 


이렇게 제주도에서의 하루가 금새 가벼렸고 

저녁은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와 정착한 대학 동창과 함께 하기로 해서 우리는 차를 제주시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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