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글은 여행기라기보다는 탐험기, 모험기..정도일듯하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걸어보고 싶은길, John Muir Trail은 210마일 정도의 캘리포니아 시에라산맥을 관통하는 존뮈어 아저씨가 너무너무 자연을 사랑하고 애끼는 마음에 그 옛날에 닦아놓으신 유명한 트레일이다.

시작은 요세미티 폭포가 있는 곳인데 운명인지 우연인지 그 시작점 4마일 정도의 일명 Misty Trail 를 2019년 큰언니가 왔을때 같이 걸었었다. 이번에 내가 도전하는 곳은 존뮈어트레일의 마지막 40마일 정도이고 제일 어려운 부분이자 마지막날은 북미대륙에서 제일 높은산인 Mt. Whitney 를 찍고 내려오는 코스이다. 14500 Ft, 대략 4400미터 산정상이다. 일단 출발해보자....

나의 출발지점은 오니언밸리. 여기서 다른 서프트팀원과 같이 8마일 정도를 가서 선발대팀과 조인할 예정이다. 아직은 생생한 출발이다. 

오니언밸리 주차장에 파킹을 하자마자 내리는 비. 무작정 비가 그치때 까지 기다릴순 없어서 그냥 출발. 

라이언 선배님 배낭이 무거운데 판쵸까지 덮고 가는라 더욱 힘들어 보인다. ㅜㅜ
어찌 어찌 첫날의 제일 높은 곳인 Kearsarge Pass 까지 왔다. 11760 Ft (3584미터). 쉽진 않았으나 그래도 이정도 이전에 올라 가봤던 곳이니 고산증도 전혀없이 잘 왔다. 순조로운 출발.
내려가는 길은 호수도 보이고 쉬운편이다.
팀원의 삼성노트20 으로 찍은사진. 정말 예술이다. 나도 빨리 폰을 업그레이드 해야겠다....

6명이 선발대로 먼저 출발했고 그 선발대의 5일차에 나와 서포트팀3명이 만나서 준비해간 고기와 야채, 과일들로 포식을 했다. 6명중 2분은 서포트팀과 함께 돌아갔고 나랑 선발대의 4명이 총 5명이 이제 나머지 구간을 함께 하는거다. 3박4일도 힘든 일정인데 7박8일하는 선발대도 대단하고 이 존뮈어트레일을 20일 넘게 한번에 쭉 하는 사람들도 있는제 정말 대단하다.

 

나의 2일차 시작. 우리팀의 에이스, 수지선배님의 씩씩한 뒤모습.
2일차는 그 어렵다는 13200 ft의 Forester Pass 를 넘는 날이다. 고도가 슬슬 높아 지면서 나무는 적어지고 화강암들이 더 많이 드러난다.
비, 바람, 번개, 천둥....뭐 지구는 살아있다....다큐라도찍는 것 같다. 이 구간이 정말 정말 힘들었다는 기억이 ㅜㅜ
무너지는 멘탈을 '이또한 지나가리다' 를 속으로 외치면서 붙들고서  다다른 포레스터패스. 'ㅈㄴ 힘드네' 가 방언 터지듯 나왔다. 

 

구름도 지나가기 힘든곳이였는지 내려오는 반대편은 비도 안오고 평화롭다. 가파르게 내려온후에 비교적 평탄한 길이 펼쳐진다. 우리 인생사가 다 이런것이다.....
고도는 아직 높은데 이렇게 평야같은 곳이 짠 하고 나오기도....
드디어 둘째날 텐트를 칠곳인 Tyndell Creek 에 도착. 물이 맑고 많아서 여기서 머리도 감고 팔다리도 씻고 기운도 차리고 했다.

2일차 고비인 포레스터패스를 넘고 3일차는 높은 산을 넘는건 없어 비교적 수월하게 우리의 마지막 텐트칠 곳인 기타레이크까지 가는 것이다. Mt Whiteny 에도 점점 다가간다. 

 

3일차 코스. 경치는 좋았는데 Creek 이 별로 없고 어떤곳은 가뭄에 다 말라서 물 준비를 충분이 해야하는 구간이다.

 

3일차의 중간지점. Whitney 가 11.7 마일 남았다고....점점 실감이 난다. 이 여정의 하일라이트가 얼마 남지 않았다.

 

드디어 위트니를 존뭐어 트레일로 해서 올라가는 사람들이 마지막 텐트를 치는곳 Guitar Lake 이다.
우리팀 말고도 많은 백팩커들이 텐트를 치고 저녁을 먹고 쉬고 있었는데 모두들 내일 새벽에 휘트니를 등정하는 목표 하나로 대동단결된 느낌이였다. 평화롭고 아름답다. 흑~~

마지막날이자 휘트니를 올라가는 일정은 오밤중인 1시도 되기전에 시작되었다. 커피와 에너지바 한개로 아침 비슷하게 먹고 텐트를 걷고 비장한 마음으로 2시 10분쯤 출발했다. 깜깜한 밤을 지나 여명이 트는걸 보면서 부지런히 올라갔지만 정상에 다 못가서 해는 떴다. 정상에서 해돋이는 못봤지만 그래도 감동이였다. 

드디어 북미에서 제일 높은 휘트니 정상!! 왠지 울컥해지는 순간. 감동의 쓰나미~

끝날때 까지 끝난게 아니란 말이 있다. 정상에서의 감동을 정리하고 12마일 정도 6500 ft elevation lose 를 해야하는 일이 남았다. 산행사고는 하산길에 더 많이 난다고 하니 정신줄 계속 잡아야 한다. 

내려오면서 보이는 오른쪽 호수가 지나밤 캠프했던 기타레이크
서쪽 시에라산맥에서 올라오는 길과 동쪽 Whitney Portal 에서 올라오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도 다시 내려갔다. 내려놨던 배낭을 다시 짊어지고 우리는 포탈쪽으로 내려간다.
그 유명한 99 switchback를 내려와서 다시 올려다 보니 내가 어떻게 저 꼭대기에 올라갔으며 어떻게 이만큼 내려왔을까....니낌이 새롭다.

 

내려와서 먹을 시원한 콜라와 치즈버거를 생각하면서 열심히 내려오다 보니 멀리 Lone Pine 시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어마한 일정을 정리하듯이 거의 다 내려와서 보이는 마지막 이정표.

 

괜히 북미최고 높이의 산이 아니다. 정말 쉽지않은 산행이였고 이런게 월드클래스구나 싶다.

 

내 인생이 John Muir Trail 을 걸었다고 Mt. Whitney 정상을 올라갔다고 드라마틱하게 변하는건 사실 없다. 그 전과 다름없는 일상을 또 살아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감동가득한 추억을 머리와 마음과 몸으로 기억할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인생이 풍부해 지리라 믿는다. 할까말까 하는건 해보는게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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