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원래 여름이 길고 더운 그당시 내가살던 베이커스필드엔 봄기운을 지나 벌써 여름이 느껴지고 있을때였다.

4월도 중반을 지나 말경으로 가던 어느날 밤 나는 다음날이 쉬는 날이여서 밤늦게까지 인터넷하면서 안자고 있었다.

엔젤은 털도 많고 워낙 더위를 타서 bathroom에서 배를 깔고 잘때가 많았고 그날도 난 거실 어딘가에 있었고 엔젤은 화장실에서 자고 있었다.

무슨 타닥타닥 소리가 들려서 엔젤이 가끔 하는 꿈에서달리기 잠꼬대를 하는가 하고 가봤더니....

잠꼬대가 아니고 seizure.....간질발작이였다.

나는 너무 당황했다. 아마 2분은 넘지 않았을 텐데 ...나에게는 너무나 긴 시간이였다.

엔젤의 몸이랑 정신은 돌아왔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응급실까지 갈 상황은 아닌것 같아서 일단 지겨보면서 인터넷으로 개들이 왜 발작을 하는지 알아봤다.

어린 강아지들이 발작하는건 꼭 사람처럼 그냥 원인이 없는 간질병이고 나이가 들은 개가 발작을 하는건 brain tumor...뇌종양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엔젤이 어느덧 13살이나 먹었다...

전자의 경우는 약으로 조절하면서 살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후자는......


내가 중학교2학년때 우리반에 간질병이 있던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 이름도 기억한다. '진주'...예쁜 이름이였는데 사실 그 아이는 워낙 왜소하고 부모가 잘 케어를 안해주는지 좀 지저분하게 다녔었고 결정적으로 발작을 자주 하니까 반 아이들이 다들 싫어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철들이 없었던거 같다.

난 학급에서 반장을 맡고 있어서 그 아이가 발작을 일으키면 챙겨줘야 했다. 부모가 약을 잘 안챙겨 주는지 발작은 꽤 자주 왔다. 양호선생님께서 발작이 오면 그냥 다치지 않게 책상과 걸상을 좀 치워주고 몸을 억지로 만지지 말고 끝나면 양호실로 데리고 오라고 하셨다. 나는 그렇게 사람이 발작을 할때 어떻게 시작이 되는지 얼마나 길게 하는지 눈동자가 어떻게 되는지 사지를 어떻게 떠는지 끝나면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자알 알고 있었다.


다음날 엔젤을 데리고 동네에서 다니던 동물병원에 갔다. 상황을 설명하니 역시나 뇌종양 확률이 높은데 MRI를 찍어봐야 알수 있고 MRI를 자기네선 찍을수가 없고 neurologist specialist 를 봐야 한다고 한다. 그나마 베이커스필드에는 찍을수 있는곳이 없고 비용이 2천불이 훌쩍 넘어서 대부분의 주인들이 안찍는다고 했다. 확진이 되지는 않았지만 발작이 다시 올 확률이 높아서 간질약을 먹기 시작해야 한다고 해서 처방을 받았다. MRI는 일단 좀 생각해 보기로 하고 엔젤은 그날부터 약을 먹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간질약이 그렇듯이 약을 먹기 시작한 엔젤은 술취한 사람처럼 걷는것이 힘들어졌고 잠도 많이 잤다. 2-3 주 지나면서 부작용들은 차츰 나아지긴 했다. 

아파트 2층에 살고 있었는데 1층인 곳으로 계단이 하나도 없는 곳으로 당장 이사를 하고 집에 카메라를 달았다. 나는 일을 하면서도 엔젤이 걱정이 되었고 마음은 늘 무겁고 혼란스러웠다.


처음 발작을 일으킨 날부터 딱 3주후에 발작이 다시왔다. 내가 중2때 급우한테 한것처럼 그냥 보고만 있을수는 없었다.

엔젤을 안아 주었다. 그 작은 아이가 겪어내고 있는 강한 경련과 거친 떨림이 내게 전해졌다. 

"엔젤...괜찮아...엄마 여기있어..." 이렇게 말해주었다.

눈동자는 이미 딴세상으로 간듯이 보였지만 내가 하는 말이....마음이...엔젤한테 조금이라도 전해지길 바랬다.

길게만 느껴진 발작이 진정이 되고나면 엔젤은 거친숨을 고르고 있었다. 나만큼이나 혼란스런 표정을 하고서...

한참을 안아주고 다독다독 하다가 같이 잠들었고 다음날 바로 전화를 걸어 엘에이 근방의 neurologist specialist 연락처를 받았다. MRI를 찍어서 진짜 뇌종양인지 알아야 하는게 맞는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뇌종양이 아니고 우연히 온 발작일지도 모른다는 먼지같은 희망을 확인하고 싶어서였을거다.


생각을 해보니 엔젤이 벌써 13살...병이 있던 없던 엔젤이 나랑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건 사실이다. 남은 시간 열심히 좋아하는걸 하면서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엘에이 사는 친구가 방문해서 엔젤이랑 이렇게 셋이서 베이커스필드에서 그나마 가까운 바닷가 pismo beach로 놀러갔다.







바닷가라서 그런지 해는 쨍한데 바람이 불면 꽤 추었다.



돌아다니다 근처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엔젤은 옆에서 쉬게 해줬다. 

강아지 데리고 들어와도 되냐고 묻지도 않고 스윽 들어와서 저렇게 사람인척 하고 있으라고 했다. ㅎㅎ

한적한 시골동네라 뭐라하는 사람 아무도 없었다. 






커피를 마시고 근처에 짧은 하이킹코스가 있어서 돌아보기로 했다.

불같은 베이커스필드의 여름이 다가와서 엔젤 털을 짧게 깍은지 얼마 안되어서 엔젤이 좀 영구 스럽긴 하다....ㅋㅋ



하이킹코스를 올라가다 보면 morro bay 가 보인다. 운치있다.



엔젤 여기봐~



스마일~



많지 않은 동영상중 하나이다. 좀 긴버전도 있는데 친구의 모습이 넘 많이 나와서 짧은걸로 올려본다.


피스모비치 나들이를 갔다오고 며칠있다 엘에이로 엔젤을 데리고 엠알아이를 찍으러 갔다.

강아지들은 움직이니까 그거 찍으면서도 마취를 해야만 했다.

마취때문에 바로 알수가 없고 나는 근처에서 5-6시간 가까이 결과가 나올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쇼핑몰에서 시간을 죽였다. 평소같으면 좋아했을 윈도우쇼핑도 별로....어떤 화려한 물건도 내눈엔 보이지 않았다.

내 마음은 온통 딴곳에 있었다.

결과가 나왔다고 병원으로 다시 오라는 연락을 받고 두근두근 마음을 졸이며 갔다.

역시나 뇌종양이였다. 의사는 최대한 덤덤하게 설명하고 사진을 보여주었다.

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를 할수가 없었다. 내 마음은 엔젤의 뇌에 하얗게 보이는 종양보다도 더 크게 뚤리는거 같았다.

내가 하도 우니까 프론트데스트의 아줌마 직원이 달래주었다. 회복실에서 나온 엔젤은 내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난만하게 좋다고 꼬리를 흔들며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래 엔젤 수고했어. 이제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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